2022년의 회고

이 블로그에 개인적인 글을 적는 것은 처음이다.

아무래도 제목이 DevLog이고, 개발 공부 기록용으로 쓰는 블로그이다보니 내 생각보다는 정보성 글을 주로 올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분명 놀고 있진 않은데.. 뭔가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기록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마침 새해도 밝았겠다(3주나 지났지만..ㅎㅎ) 겸사겸사 2022년의 회고를 작성해 보려 한다.

회고를 쓰기 전에 회고는 어떻게 쓰는지(개인회고) 에 대한 글을 찾아보고 조금 참고했다. 처음 쓰는 긴 회고이기 때문에 가이드가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였다. 내가 답하고 싶은 몇 개의 질문들만 추려서 가져왔다. 옛날 100문 100답같은 느낌도 든다ㅎㅎ

올해 가장 자랑스러운 일은?

2022 코드스쿼드 iOS 과정을 무사히 수료하고 지금까지 무사히 열심히 공부한 것.

2021 코드스쿼드 백엔드 과정을 마칠 때만 해도 고민이 많았다. 아, 이 길은 내 길이 아닌 것 같은데. 백엔드는 그냥 그런데 개발은 좋아서 억지로 몸만 담그고 있는 기분이었다. 동료들은 쑥쑥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나.. 전산오류전형으로 합격한건가? 하는 생각도 아주 많이 들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버텨보자 하면서 수료를 하니 또 고민이 되는 것이다. 이 분야의 지식으로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로 내가 이 분야를 재밌어하고 있나? 6개월도 힘들었는데.. 회사에 가면 더 힘들 텐데..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지금이라도 다른 분야를 공부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이 시점에는 길어야 1년 정도 더 공부할 수 있는 시간과 체력이 남아있었고, 그래서 제일 “재밌어 보이는” 분야를 다시 선택했다. 일단 프론트 쪽으로 전향하고 싶었고, 그 중에서도 모바일을, 또 그 중에서도 iOS를 골랐다. 왜 iOS가 좋았냐 물으신다면.. 내가 아이폰을 써서, 그리고 팀 프로젝트 발표할 때 보니 iOS가 더 멋져보였기 때문이다(ㅋㅋ). 진입장벽이 있으니 뭔가 희소성도 있을 것 같고. 그리고 모바일이라 사용자가 언제 어디서나 접근할 수 있으니 피드백이 빨라서 좋아보였다.

나는 ‘그래도 백엔드 6개월 공부했으니까 조금은 우려먹을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며 코드스쿼드 iOS과정을 시작했다. 어림도 없었다. 일단 Java보다 Swift가 최신 언어이기도 하지만, 언어 자체의 컨셉과 느낌도 너무 달랐다. 개발자에게 언어는 도구일 뿐 언제든 새로 배워서 바꿔 쓸 수 있는 거여야 한다고 존경하는 누구님이 그랬지만, 아기개발자에게 그건 무리였습니다ㅠㅠ. 백엔드에서 배운 지식은 CS와 네트워크 부분에만 조금 사용하고, 나머지는 다 새로 배워야 했다. 오히려 백엔드 지식과는 다른 iOS 지식 때문에 헷갈리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나중에 API통신하고 이럴 때 배경지식이 도움이 많이 되긴 했다.

사실 처음 개발 공부를 시작할 때만 해도 내가 뭘 잘 할 수 있는지 모르니 백엔드, 프론트 여기저기 찍먹하고 “아~ 다 잘하는 것 같은데? 나 재능 있을지도?” 라며 행복한 고민을 했다(용서해주십쇼. 우매함의 봉우리 시절입니다). 그래서 사실 ‘나한테는 프론트쪽이 더 잘 맞을 것 같은데’ 싶으면서도, ‘그래도 아직 내가 뭘 잘 하는지 모르고, 백엔드 공부하면 개발 기초를 잘 닦을 수 있을 것 같으니까 백엔드로 시작하자’ 하며 그 때는 그 길을 선택했었다.

취준을 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는 이 때의 결정이 안타깝기도 한다. 그 때 처음부터 iOS(또는 그 때 좋아보였던 프론트)를 선택했다면 취업을 1년정도 빨리 하지 않았을까? 개발은 결국 많은 분야가 연관되어 있으니 나중에 다 도움이 될 것은 자명하지만, 나중은 나중이다. 하지만 가장 안타까운 건 이거다. 아, 내가 내 마음의 소리를 좀 더 잘 들어줬더라면. 이성보다 감정의 손을 들어줬더라면. 인생을 더 효율적으로 만드는 건 이성이지만, 더 행복하게 만드는 건 감정이다. 이 사실을 1년이라는 시간 동안 배웠고 그걸로 의미 있는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경험으로 가졌던 것을 놓는 일에 조금 더 익숙해진 것 같다. 심리학을 놓고 개발을 배웠기 때문에, 백엔드를 놓고 iOS에 뛰어들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당연히 아깝지 않다면 거짓말이지만, 지금이 더 좋기 때문에 그걸로 만족한다. 작년의 경험을 교훈 삼아, 앞으로는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는 감정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야겠다.

What am I most grateful for this year? | 올해 가장 감사한 일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게 된 것.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올해 1월에는 개인적으로 아주 중요한 일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결혼..!!! (가장 중요한 일을 가장 짧게 설명하는 사람.. 나야나)

사실 상황이 어찌어찌 만들어져서 일찍 결혼을 하게 된 터라, 주변에 많이 알리지도 않았고 결혼식도 아직 하지 않았다. 원래 결혼할 생각이 있었는데도 막상 상황이 닥치니 결심을 하는 건 고민이 되었지만, 그래도 마음먹으니 어찌어찌 되긴 됐다. 마음을 먹으면 길은 만들어나갈 수 있는 거구나. 홀홀..

그래서 결혼이 왜 감사한 일이냐 물으신다면, 아무래도 내가 선택한 사람과 가족이 되다 보니 일상생활에 자극이 줄었다. 스트레스가 줄었다고 하는 게 정확하겠다. 내 생각을 존중해주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과 평화롭게 사는 것.. 비록 아직 경제적으로 안정된 건 아니지만, 마음만은 편안하기 때문에 그걸로도 정말 감사한 일이다. 얼른 취직해야지(결론의 상태가..ㅋㅋ)

What did I enjoy or energized me this year? | 올해 가장 즐겼던 일은?

Let’Swift 2022 준비위원회로 활동한 것.

사실 행사 당시만 해도 이렇게 대답하는 사람을 불신의 눈초리로 봤다(ㅋㅋㅋ). 하지만 기억은 미화되기 마련.. 힘들었던 기억들은 옅어지고, 좋은 기억들은 진하게 남아서 ‘올해 가장 즐겼던 일’로 선정했다.

가장 즐거웠던 건 iOS 개발자들과 모여서 이야기도 나누고 작업도 하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백엔드, 프론트 개발자보다는 모바일이 적고, 그 중에서도 iOS는 안드로이드와 파이를 나눠 가져 더 더 적어서 찾아 만나지 않으면 주변에서 보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모이고 티켓팅 열기도 뜨거웠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이런 대형 행사를 준비해 본 건 처음이라 행사 전날까지도 실감이 안 났는데, 당일 되니까 그제서야 실감이 났다. (이게 되네ㅋㅋ) 그리고 준비위원회라 행사 자체를 즐기긴 어려울 것이라 생각하고 포기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굿즈 배부 외의 시간에는 조금 자유가 생겨서 청강도 하고 스폰서 부스에서 선물도 받고 질문도 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즐겼던 건 디자인 작업이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서 만화가나 애니메이터가 되는 게 꿈이었다. 그 때 이루지 못한 욕망을 품고 나는 처음부터 굿즈팀을 노리며 준비위원회로 들어갔다. 내 예상과는 달리 굿즈팀 경쟁률은 낮았다ㅎㅎ

무에서 유를 창조하면서 창작인들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들인지 다시 한 번 느꼈다ㅋㅋㅠㅠ.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이런거 전혀 몰랐는데 친절한 Jee언니 덕에 얼레벌레 배워서 써먹고, 로고 만들고 캐릭터 만들어서 굿즈에 들어가는 모든 일러스트를 작업했다. 11월은 거의 이 작업에 시간을 쏟았다. 대충 할 수도 있었겠지만, 내 욕심에 대충 하기가 싫어서 더 열심히 했던 것 같다ㅋㅋㅋ 좀 더 웃기고 싶은데.. 좀 더 귀엽게 하고 싶은데.. 좀 더 공감됐으면 좋겠는데.. 의 연속이었다. 사실 굿즈 직접 받아볼때까지 이것도 실감이 안났는데, 진짜 나오긴 나오더라..(아직도 신기하다).

(유일하게 첨부사진이 있는 단락ㅋㅋ 평소에 사진 좀 많이 찍을걸 그랬다.)

굿즈팀 분들의 노고 덕분에 ‘후드집업, 파우치, 뱃지, 판스티커, 조각스티커, 메모지, 유리컵, 명찰 (+ 노트북 파우치)’ 이라는 엄청난 굿즈 라인업을 완성할 수 있었다. 그리고 기획팀 개발팀 분들도 각 분야에서 힘써 주셔서 정말 좋은 행사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나야 취준생이라 시간을 더 쏟을 수 있었지만, 대부분 직장인이셨는데 비영리행사에 이렇게 시간과 열정을 쏟는다는 게 정말 존경스러웠다. 다들 정말 대단하고 멋져요. 오거나이저 분들이 이 글을 보실진 모르겠지만.. 큰 박수 보내드립니다 👏👏👏

3Ls : 잘한 것, 배운 것, 부족한 것을 적어보기

What did I like? | 잘 한 것

• iOS 전향을 도전하고 잘 이루어낸 것
  • Better late than never!
• 꾸준히 요가를 한 것
  • 요가는 정말… 짱이다! (표현력 실화냐)
• 드문드문이라도 영어 공부를 꾸준히 조금씩 한 것
• 코드스쿼드 수료 이후에도 모각코를 계속 한 것. 루틴 유지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 컨디션 유지를 위해 노력한 것
  • 가끔 정말 힘들면 오후에는 나가서 놀고 쉬었다. 그럼 좀 회복이 되는 듯!
• 꾸준히 알고리즘 문제를 쉬운 거라도 하나씩 푼 것
  • 쉬운 거라도 풀자.. 하면서 풀었는데 은근하게 정말 도움이 되었다
• 응시할 수 있는 코테에 도전한 것
• 결혼을 한 것
• 캡슐머신에서 에스프레소머신으로 바꾼 것
  • 에쏘머신을 집안에 들이고 나의 홈카페가 달라졌다~
• 머리를 자른 것
  • 어차피 머리 길러봤자 해그리드인데 한번 잘라보자~ 해서 잘랐는데 잘한 것 같다. 머리 감고 말리는 시간이 훨씬 줄었다ㅎㅎ

What did I learn? | 배운 것

• 코드스쿼드에서 iOS개발에 대한 전반적인 과정들을 배웠다
• 코드리뷰를 받으면서 나의 부족한 점과 잘한 점을 알 수 있었다
• 새로운 패턴을 배우고 기존 프로젝트의 구조를 개선하는 경험을 했다 (Coordinator, DIContainer 적용 등)
• 전에는 안 되던 아사나들이 조금씩 되기 시작했다. 조금 더 유연해지고 강해졌다.
• Udemy의 RxSwift강의를 완강했다
• 읽어본 공식문서가 늘었고 개발 영단어장에 쌓인 단어도 많아졌다 (현재 218개)

What was lacking? | 부족한 것

날카로운 RxSwift의 추억..

• 코쿼 과정 후반부쯤에 갑자기 다들 RxSwift를 배우는 분위기가 있었다. 왠지 그래서 나도 해야 할 것 같았다. 취업에도 필요하다고 하니.. 그래서 3주 프로젝트 중 2주를 잡고 RxSwift를 공부한 적이 있었다. 결과는 처참했다ㅎㅎ 프로젝트 마무리 때 발표할 게 아무것도 없었다. 공부했다는 말 뿐..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2주만에 배워서 프로젝트에 적용해보려 했다.
• 수료 후에 RxSwift 강의를 들으면서 느꼈던 건 이건 프로젝트를 하면서 2주만에 끝낼 수 있는 게 아니었다는거였다(적어도 그때의 내 수준에서는 그랬다ㅠ) 그것도 그냥 비동기 프로그래밍에 대한 이해도 부족한 상태에서 반응형 프로그래밍을 건드려봤자 헷갈리기만 하고 뭐가 뭔지도 몰랐다.
• 여기서 느낀 교훈은 다음과 같다.
  • 뭔가 배우려고 할 때는 그걸 왜 배우는지, 왜 쓰는지 명확하게 알고 배우자. 그냥 주변에서 남들도 다 쓰니까 배우는 건 정말 좋지 않다.
  • 내가 배우려는 대상의 러닝커브가 어떤지 알아보고 학습계획을 짜자. 물론 까보기 전엔 알 수가 없겠지만,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기간을 잡고 공부하는지, 또는 기존 인터넷 강의에 짜여진 강의의 수 등을 보고 결정하는 편이 좋겠다.

회고

• 수료 후 모각코 초창기때만 해도 Alex덕분에 매일 회고를 적어서 저장소에 함께 올렸다. 하지만 Alex가 빠지고 회고를 작성하기보단 그냥 이야기로 하는 위주로 바뀌게 되었다. 어차피 말로도 한 내용 글로 또 써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 하지만 이제 글로 쓰는 회고도 더 작성해보려고 한다. 어디에 올리진 않더라도 내가 내 상태와 상황을 살피기에 좋은 것 같다(이 회고를 작성하면서도 느끼고 있다)! 짧게라도 매일 작성하는 걸 목표로 해야겠다.

링크 아카이빙

• JK와의 면담 중 나에게 제안해 주신 것 중에 링크 아카이빙이 있었다. 말 그래도 괜찮은 글의 링크를 간단한 설명과 함께 저장해 두는 것이다.
• 이걸 매일 마크다운에 날짜와 함께 적어서 관리했다. 설명을 간단히 적어야 하는데 점점 길어졌다. 무슨 블로그 포스팅 할 때 처럼 글 내용을 요약하고 있었다. 그게 부담스러워지고 시간이 오래 걸릴 때쯤 포기하게 되었다.
• 내 크롬 상단 바는 늘 포화상태다. 늘 ‘이 글 좋다. 나중에 봐야지~’하며 띄워둔 창만 수십 개다. 창을 닫지도 글을 읽지도 못하는 나를 보며 링크 아카이빙을 다시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엔 글로 정리하기보다 노션에서 표나 데이터베이스로 간단한 설명 1줄과 함께 적으려고 한다. 그래야 나중에 찾기도 편하고 관리도 쉬울 것 같다. 다시 열심히 해보자!

할 일과 목표는 다르다

• 가만 보면 나는 할 일만 나열하고 그것들을 쳐내면서 하루를 보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면 내가 이 일을 왜 하고 있는지 길을 잃을 때가 종종 있었다.
• 열심히 하는 것도 좋지만 왜 하는지를 생각하고 움직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무슨 목표가 있기 때문에 어떤 일을 하는지. 목표를 적는 것은 할 일을 적는 것에 선행되어야 한다.
• 그래서 올해는 노션 다이어리에 월별 목표를 먼저 적은 다음에 할 일을 적으려 한다. 목표를 생각만 하지 말자. 생각만 하니 까먹더라.. 꼭 잘 보이는 곳에 적어두고 그 목표를 위한 할 일을 하자.

마무리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그냥 흘러간 것만 같던 2022년에도 많은 것들을 했고 배웠다는 게 눈에 보여서 좋다. 2023년에는 더 많은 것들을 이루고, 건강하고 평안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